직급체계 개편 · 직급 단순화와 호칭 통일
Job Grade Restructuring and Title Simplification
직급체계 개편이란?
- 직급·직위·직책·호칭을 먼저 가른다
- 불이익 생기면 취업규칙 과반수 동의
- 승진 대신 줄 성장 사다리가 필요
직급체계를 개편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승진'이라는 사건의 횟수와 의미입니다. 다섯 단계를 세 단계로 줄이면 한 사람이 회사에서 겪는 승진은 네 번에서 두 번으로 줄고, 그만큼 한 번의 승진이 걸리는 기간과 보상의 폭이 커집니다. 개편의 출발점은 네 개념을 가르는 일입니다. 직급은 임금과 자격의 등급, 직위는 그 등급의 이름, 직책은 팀장·본부장 같은 역할, 호칭은 부르는 말입니다. 호칭만 '님'으로 바꾸고 나머지 세 가지를 그대로 두면 이름표만 바뀐 개편이 됩니다.
유형은 세 갈래입니다. 직급 수를 줄이는 단순화형, 직급은 두되 호칭을 통일하는 호칭 통일형, 직급 대신 직무 등급으로 갈아타는 직무급 전환형입니다. 단순화형은 통합된 직급 안의 임금 폭이 넓어지므로 페이밴드와 성과 인상 매트릭스를 함께 다시 짜야 합니다. 호칭 통일형은 비용이 적지만 직책 없는 고참 직원이 자기 위치를 잃었다고 느끼기 쉽고, 외부와 만나는 영업·구매 직군은 명함에 쓸 직위가 사라져 거래처 응대에서 곤란을 겪습니다. 직급을 줄이면서 승진 연한이나 임금 상한이 낮아지는 사람이 생기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되어 과반수 동의가 필요합니다.
교육 담당자에게 개편은 승진자 교육과 계층교육의 틀을 바꾸는 일입니다. 다섯 계층별 과정이 세 계층으로 줄고, 직책 교육이 직급 교육에서 분리됩니다. 신임 팀장 과정은 직급과 무관하게 직책 부여 시점에 여는 구조로 바꿔야 하며, 12~1월 승진 인사 뒤 열리던 승진자 과정은 통합 직급의 첫해에 대상자가 두 배로 늘어날 수 있어 예산을 미리 잡아야 합니다.
현장에서 어긋나는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호칭 통일을 발표하고 석 달 뒤 회의에서 여전히 '김 부장님'이 오가면 제도는 공문으로만 남습니다. 둘째, 통합 직급 안에서 연공에 따라 자동으로 오르던 임금이 멈추면서 중간 연차 직원의 기대 임금이 꺾이는데 이를 설명하지 않으면 이직이 늘어납니다. 셋째, 승진이 줄어든 자리를 메울 성장 신호가 없는 것입니다. 직책 부여, 직무 확대, 전문가 트랙 같은 다른 사다리를 함께 내놓지 않으면 '승진 없는 회사'라는 평이 채용 시장에 먼저 돕니다.
한국 기업의 다단계 직급은 연공서열 중심 인사와 함께 자리 잡았고, 2000년대 이후 수평 조직과 직무 중심 인사로 옮겨 가면서 직급 단순화와 호칭 통일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됐습니다. 단일 이론이나 창시자가 있는 제도가 아니라 실무에서 다듬어진 개편 방식입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540명의 화장품 유통사 A사는 사원부터 부장까지 6단계 직급을 쓰고 있었고, 평균 승진 연한이 늘어나 차장 승진 적체 인원이 70명을 넘었습니다. 올해 7월 대표는 내년 1월 인사에 맞춰 직급을 3단계로 줄이고 호칭을 통일하라고 지시했습니다.
- 인사팀장은 직급·직위·직책·호칭을 한 장의 표로 갈라 임원회의에 올렸고, 영업본부장은 '거래처 앞에서 과장이라는 말이 사라지면 신입처럼 보인다'며 외부용 직위 표기를 요구했습니다.
- 직급은 어소시에이트·프로페셔널·리더 3단계로 묶되 명함에는 외부용 직위를 남기기로 했고, 노무사는 통합 뒤 승진 연한이 늘어나는 차장급 48명의 임금 상한이 낮아지지 않도록 페이밴드를 조정하라고 조언했습니다.
- 취업규칙 변경안은 설명회 6회를 거쳐 찬성 81%로 통과됐고, 교육팀은 승진자 과정 5개를 2개로 합치면서 신임 팀장 과정을 직책 부여 시점에 여는 과정으로 떼어냈습니다.
- 호칭 통일 뒤 두 달간 회의록을 점검하니 '부장님' 호칭이 여전히 40%를 넘었고, 대표가 임원회의에서 자기 호칭부터 바꾸자 한 달 뒤 12%로 내려갔습니다.
- 개편 1년 뒤 승진 적체 인원은 70명에서 0명이 됐고, 신임 팀장 과정 수료자 24명 가운데 직급과 무관하게 발탁된 사람이 9명이었습니다. 중간 연차 이직률은 11%에서 9%로 낮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