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예산 주기 · 연말 잔여 예산 영업
Customer Budget Cycle
고객 예산 주기란?
- 편성·확정·집행·마감 네 구간의 연간 흐름
- 큰 승부는 집행기가 아니라 편성기에 결정
- 잔여 예산은 연내 검수 가능한 작은 제안으로
연말에 고객 예산이 남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제안서를 넣는 것을 예산 영업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잔여 예산은 주기의 끝자락에 생기는 작은 창일 뿐입니다. 고객 예산 주기를 안다는 것은 고객이 내년 돈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시점을 안다는 뜻입니다. 예산서에 항목이 올라가지 않은 제안은 다음 해에 아무리 좋아도 '예산이 없다'는 답을 듣습니다. 가장 중요한 영업은 편성 시기에 이뤄지고, 집행 시기에는 이미 승부가 상당 부분 정해져 있습니다.
주기는 대체로 네 구간입니다. 편성 구간에는 부서가 내년 사업과 금액을 올리고, 확정 구간에는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조정합니다. 집행 구간에는 품의와 구매 절차가 돌고, 마감 구간에는 남은 예산을 정리합니다. 12월 결산 기업이라면 편성은 보통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에 몰리지만 결산월이 다른 회사도 있으므로 고객마다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영업 담당자는 고객별로 결산월, 편성 마감일, 일정 금액 이상에 필요한 결재 단계를 고객 카드에 적어 두어야 합니다.
구간마다 할 일이 다릅니다. 편성 구간에는 견적이 아니라 예산 항목에 넣을 근거 자료를 줍니다. 담당자가 내부 보고서에 그대로 옮길 수 있는 개략 금액, 기대 효과, 일정표가 그것입니다. 마감 구간의 잔여 예산은 연내 납품이나 검수가 끝나야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아 규모가 작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제안이 맞습니다. 공공기관은 회계연도가 1월 1일에 시작해 12월 31일에 끝나고 그해 예산은 그해에 쓰는 것이 원칙이므로, 연내 검수 가능 여부가 제안의 전제가 됩니다. 계약 방식과 금액 기준은 소관 법령과 해당 기관의 최신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어긋나는 지점은 잔여 예산에만 기대는 습관입니다. 11월에 몰려드는 제안은 경쟁사도 똑같이 넣으므로 가격 경쟁이 되기 쉽고, 급하게 맞춘 납기는 품질 문제로 돌아옵니다. 또 고객이 "예산이 없다"고 할 때 이를 거절로만 듣고 물러나면 다음 편성 시기를 놓칩니다. 그 말은 흔히 지금 주기에는 자리가 없다는 뜻이므로, 편성 마감이 언제인지와 누가 올리는지를 그 자리에서 물어야 합니다. 분기 실적에 쫓겨 고객의 주기 대신 우리 마감에 맞춘 할인 제안은 다음 해 단가만 깎아 놓습니다.
특정 창시자 없이 기업과 기관의 예산 편성·집행 관행에서 나온 영업 실무 용어입니다. 조직은 회계연도 단위로 예산을 세우고 닫으며, 국가와 공공 부문은 회계연도를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두고 그해 경비를 그해 세입으로 충당하는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따릅니다. 이 주기에 영업 시점을 맞추는 관행이 용어로 굳어졌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설비 유지보수 서비스를 파는 A사는 영업 담당 15명이 고객 120곳을 맡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 넣은 제안 40건 중 수주는 6건뿐이었고, 실주 사유의 절반 이상이 "내년 예산에 없다"였습니다.
- 영업팀장이 9월 첫 주에 상위 고객 30곳의 결산월과 예산 편성 마감일을 조사하게 했습니다. 12월 결산이 24곳, 3월 결산이 4곳, 6월 결산이 2곳으로 나왔습니다.
- 편성 마감이 10월 중순인 고객 11곳에는 견적서 대신 두 장짜리 '예산 반영용 자료'를 보냈습니다. 개략 금액과 고장 건수 감소 예상치, 분기별 일정이 들어갔습니다.
- 한 고객사 설비팀 과장이 "이대로 사업계획서에 붙이면 되겠네요"라며 금액 칸만 고쳐 올렸고, 11곳 중 7곳이 내년 예산서에 해당 항목을 넣었습니다.
- 11월에는 잔여 예산이 있다고 답한 고객 9곳에 2주 안에 끝나는 정밀 점검 상품만 제안했습니다. 연내 검수가 어려운 설비 교체 건은 일부러 내년 1분기로 미뤘습니다.
- 공공기관 고객 3곳에는 담당 주무관에게 연내 검수 기한을 먼저 물었고, 기한이 12월 둘째 주인 한 곳은 납품일을 열흘 앞당겨 일정을 맞췄습니다.
- 4분기 수주는 전년 6건에서 13건으로 늘었고, 예산에 미리 반영된 7곳에서 이듬해 1분기에 5건, 4억 2천만 원이 계약으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