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획 발표회 · 사업부별 경영계획 심의
Annual Business Plan Presentation and Review
경영계획 발표회란?
- 계획을 파일에서 전사의 약속으로 바꾸는 자리
- 발표보다 질의가 길어야 심의가 된다
- 심의 의견과 기한을 당일 문서로 남긴다
발표회가 실제로 바꾸는 것은 계획의 지위입니다. 발표회 없이 기획팀에 제출만 하면 각 사업부 계획은 파일 하나로 남고, 영업은 보수적으로 잡은 매출을 생산은 증설 전제로 받는 식의 모순이 1월이 되어서야 드러납니다. 서로의 숫자를 같은 자리에서 듣게 하는 것이 발표회의 첫째 기능이고, 둘째는 질문입니다. 경영진이 어떤 전제를 의심했고 사업부장이 무엇을 약속했는지가 그 자리에서 기록되면, 그 기록이 다음 해 목표 달성률 리뷰의 기준이 됩니다.
운영은 보통 11월 중순에서 12월 초 사이에 하루 또는 이틀로 잡습니다. 순서는 전사 가이드라인 배포, 사업부 초안 제출, 기획팀 사전 조율, 발표회, 보완, 이사회 보고의 여섯 단계가 일반적입니다. 발표 양식은 전년 실적 요약, 내년 목표, 핵심 과제, 필요 자원, 리스크의 다섯 장 안팎으로 통일해야 사업부끼리 비교가 됩니다. 발표 15분에 질의 25분처럼 질의를 더 길게 배정하는 이유는 발표는 사전 자료로 대신할 수 있지만 질문은 그 자리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심의 결과는 승인, 조건부 승인, 재작성의 세 등급으로 나누고 조건부 승인에는 보완 항목과 기한을 의견서로 남깁니다.
교육담당자에게 발표회는 내년 교육 수요가 처음 공개되는 자리입니다. 사업부가 말하는 핵심 과제 뒤에는 거의 항상 역량 요구가 붙어 있는데, 교육팀이 그 자리에 없으면 2월에 사업부장을 따로 찾아가 다시 들어야 합니다. 발표 양식에 '과제 수행에 필요한 역량' 한 줄을 넣도록 기획팀과 미리 합의해 두면 교육계획의 근거가 사업부 공식 문서에서 나옵니다. 인사·교육팀도 지원 부서로 발표 순서에 들어가되, 교육계획 확정은 사업부 보완안이 들어온 뒤로 미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은 발표회가 성과 보고회로 변하는 것입니다. 전년 실적 설명이 자료의 절반을 차지하면 내년 이야기는 뒤로 밀리고, 질의는 '왜 못했느냐'로 흐릅니다. 목표는 깎고 자원은 부풀리는 협상 자리가 되는 것도 흔한데, 가이드라인 없이 초안을 받으면 사업부마다 다른 전제로 숫자를 가져와 비교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대표의 한마디로 숫자가 바뀌었는데 기록이 없어 회의 뒤 각자 다르게 기억하는 일도 잦습니다. 심의 의견과 보완 기한을 그 자리에서 문서로 확정하지 않으면 발표회는 하루짜리 행사로 끝나고, 1월 첫 경영회의에서 같은 질문이 되풀이됩니다.
연간 예산과 사업계획을 부서별로 발표하고 심의하는 방식은 대기업 집단의 경영계획 수립 관행에서 자리 잡았습니다. 일본식 방침관리가 목표 전개의 틀을, 미국식 예산통제가 숫자 심의의 틀을 제공했고, 한국 기업은 두 방식을 섞어 연말 발표회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A사는 임직원 650명, 연매출 1,800억 원 규모로 사업부 셋을 두고 있습니다. 작년 경영계획 발표회는 사업부마다 자료 양식이 달라 7시간이 걸렸는데 결정된 것은 없었고, 1월에 매출 목표를 다시 짰습니다.
- 기획팀 박 팀장은 10월 말에 매출 성장률 8%, 영업이익률 6% 이상, 인건비 상한이라는 전사 가이드라인을 먼저 내려보내고, 발표 양식을 5장으로 통일해 11월 10일까지 초안을 받았습니다.
- 초안을 모아 보니 1사업부는 증설을 전제로 매출 22% 성장을 썼는데 생산본부 계획에는 증설 투자가 없었습니다. 박 팀장은 두 본부장을 불러 '둘 중 하나는 틀린 숫자입니다'라며 발표회 전에 조정을 요구했습니다.
- 발표회는 12월 3일 하루로 잡고 사업부당 발표 15분에 질의 25분을 배정했습니다. 대표는 '실적 설명은 두 장까지만, 나머지는 내년 이야기만 하십시오'라고 못 박았습니다.
- 2사업부 발표에서 재무담당 임원이 '재고 회전 개선 과제에 담당 임원과 완료 시점이 없다'고 지적하자 사업부장은 즉석에서 담당을 지정했고, 심의 의견서에 보완 기한 12월 12일이 적혔습니다.
- 인사팀 이 차장은 세 사업부 자료의 '필요 역량' 칸에서 해외 영업 인력 교육과 품질 데이터 분석 과제를 뽑아 내년 교육계획에 과정 2개를 추가했습니다.
- 심의 결과는 승인 1건, 조건부 승인 2건이었고 보완안은 모두 기한 안에 들어와 12월 19일 이사회에 올라갔습니다. 회의 시간은 7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었고 1월에 목표를 다시 짜는 일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