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도 분석 · What-if
Sensitivity Analysis / What-if Analysis
민감도 분석이란?
- 가정을 흔들어 결과 변화를 확인
-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와 임계값 식별
- 단일 숫자 논쟁을 범위 논의로 전환
민감도 분석을 한 번 돌리고 나면 기획안의 형태 자체가 달라집니다. 'IRR 18%'라는 한 줄이 '가동률 75%면 12%, 85%면 18%'라는 조건부 문장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승인 회의의 질문도 따라 바뀝니다. 숫자가 맞느냐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맞느냐를 묻게 되고, 반대하는 사람도 '너무 낙관적이다'라는 감상 대신 '가동률 가정을 5%p 낮춰서 다시 보자'는 구체적 제안을 내놓습니다. 결론을 방어하는 회의가 가정을 검토하는 회의로 바뀌는 것이 이 기법의 실질적인 효과입니다.
흔드는 폭을 관행적으로 ±10%, ±20%로 잡는 것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변수마다 현실에서 움직이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1년에 20% 움직이는 일은 드물지만, B2B 수주율은 분기마다 그 정도로 흔들립니다. 최근 3~5년의 실제 변동 범위를 흔드는 폭의 기준으로 삼으면 표가 훨씬 정직해집니다. 결과는 변수별 영향 크기를 막대로 나란히 세운 토네이도 차트로 보면 한눈에 들어오는데, 대개 상위 두세 개 변수가 결과 변동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나머지는 아무리 흔들어도 소수점만 바뀝니다.
이웃한 기법들과는 구분해서 쓰는 편이 낫습니다. 변수 하나만 흔드는 것이 민감도 분석, 함께 움직이는 변수들을 묶어 낙관·기본·비관 세트로 만드는 것이 시나리오 분석, 발생 확률은 낮지만 치명적인 조건 하나를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스트레스 테스트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쓸모 있는 산출물은 두꺼운 표가 아니라 결론이 뒤집히는 임계값 한 줄입니다. '수주율 15% 아래로 내려가면 적자'가 나왔다면, 그 15%는 그대로 주간 점검 지표가 됩니다.
가장 흔한 실패는 변수 열 개를 전부 흔들어 20쪽짜리 부록을 만들어 놓고, 정작 의사결정은 원안 그대로 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변수들이 서로 독립이라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판매량이 늘면 외주비와 물류비도 같이 오르는데 판매량만 20% 올려 놓고 이익이 두 배가 된다고 보고하면 연동 관계를 지운 낙관 시나리오가 됩니다. 세 번째는 비관 시나리오를 면죄부로 쓰는 태도입니다. '최악이어도 손익분기'라는 문장은 내가 가정한 최악에서 그렇다는 뜻일 뿐, 그보다 나쁜 경우가 없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운용과학·재무 모델링에서 발전한 기법으로, 스프레드시트 보급 이후 기업 실무에서 표준 검증 절차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210명, 연매출 480억 원 규모의 식품 제조 A사가 2공장에 30억 원짜리 신규 라인을 증설할지 검토하던 때입니다. 기획팀이 올린 투자심의 자료는 3년 회수, IRR 18%였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의 근거인 '가동률 85%'가 어디서 나온 값인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 심의 자리에서 CFO가 '가동률 85%는 어느 해 실적입니까'라고 묻자 답이 막혔고, 기획팀장은 2주를 더 받아 가정부터 다시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 기획팀장은 변수 아홉 개를 네 개로 줄이고, 흔드는 폭은 최근 3년 실적 그대로 썼습니다 — 가동률 ±20%p, 원재료 단가 ±15%, 판가 ±5%, 인건비 ±7%.
- 표를 돌려 보니 가동률 1%p가 연 영업이익을 4,300만 원씩 움직인 반면, 판가와 인건비는 둘을 합쳐도 그 절반이 안 됐습니다. 사실상 가동률 하나짜리 투자였습니다.
- 역산한 3년 회수의 임계 가동률은 68%였고, 영업본부장이 '기존 라인이 작년에 71% 돌았으니 68%는 방어된다'고 못을 박으면서 논쟁이 수치 싸움으로 정리됐습니다.
- 결론은 30억 일괄 집행 대신 1차 라인 22억만 먼저 집행하고 가동률을 주간 경영회의 첫 번째 지표로 올리는 것이었고, 6개월 뒤 가동률 73%를 확인한 다음 남은 8억을 집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