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 조사 · F/S
Feasibility Study
타당성 조사란?
- 시장·기술·경제성·법규·운영 5축 검토
- 탈락 요건을 가장 먼저 확인
- 결론은 조건부로 서술하는 것이 실용적
타당성 조사가 실제로 바꾸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논쟁의 형식입니다. F/S가 없는 회의실에서는 '제 감으로는 됩니다'와 '저는 위험해 보입니다'가 맞붙고, 결국 직급이 높은 쪽 의견이 결론이 됩니다. F/S를 거친 회의실에서는 같은 사안을 두고 '기수당 등록이 18명 아래로 내려가면 접는다'는 말이 오갑니다. 판단의 주어가 사람에서 숫자와 조건으로 옮겨가는 것, 그것이 이 작업이 회사에 주는 진짜 효용입니다.
현장에서는 F/S와 사업계획서를 자주 뒤섞습니다. 사업계획서는 하기로 정한 사업을 어떻게 할지 쓰는 문서이고, F/S는 할지 말지를 묻는 문서입니다. 둘을 한 문서로 쓰면 '안 하는 결론'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됩니다. 투자 규모가 크면 2~4주짜리 예비검토로 탈락 요건만 훑고, 통과한 건에만 8~12주짜리 본 조사 예산을 붙이는 2단 구조가 효율적입니다. 공공 예비타당성조사가 경제성(B/C)만으로 결론 내지 않고 정책성까지 AHP로 묶어 종합 판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지표 하나로 사업의 생사를 가르지 않는다는 원칙이 깔려 있습니다.
F/S 보고서에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환율·금리·인허가 기준·경쟁사 진입 같은 전제는 반년이면 흔들리므로, 결론 옆에 가정이 깨지는 조건을 함께 적어두어야 6개월 뒤에도 쓸 수 있는 문서가 됩니다. 조사 주체도 중요합니다. 사업을 제안한 팀이 조사까지 맡으면 자기 기획을 방어하는 보고서가 나옵니다. 반대 논거를 별도 장으로 반드시 쓰게 하거나 제3자 검토를 붙이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가장 흔한 실패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숫자를 맞추는 것입니다. 할인율을 1%p 낮추고 3년 차 성장률을 20%로 잡으면 NPV는 웬만해서는 양수가 되는데, 그렇게 만든 양수 NPV는 승인 도장을 받는 순간 근거가 아니라 알리바이로 변합니다. 2년 뒤 가동률이 40%에 머물러도 '그때 타당성 조사에서 통과된 건'이라는 말만 남습니다. 또 하나, 조사비가 아까워서 착수를 강행하는 것은 F/S를 아예 하지 않은 것보다 나쁩니다. 중단 결정을 못 내리는 F/S는 비용만 쓴 요식행위입니다.
대형 인프라·플랜트 투자 심사 절차에서 체계화되었고, 국내에서는 1999년 도입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로 공공 부문에 정착했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140명, 연매출 210억 원 규모의 기업교육 전문기업 A사의 이야기입니다. 집합교육 매출이 3년째 제자리라 국비 지원 훈련기관 진출을 검토했는데, 초기 투자만 강의장 임차와 장비까지 약 9억 원 규모였습니다. 경영진은 착수 승인 전에 8주짜리 타당성 조사를 걸었습니다.
- 전략기획팀장은 8주 중 첫 2주를 통째로 탈락 요건에 배정했습니다. "여기서 막히면 시장조사도 손익도 안 돌립니다"라며 훈련기관 인정 요건인 전용 강의장 면적과 전임강사 수부터 확인했습니다.
- 기존 거래 고객사 12곳의 교육담당자를 인터뷰한 결과, 8곳이 "단가가 지금보다 낮으면 보내겠다"고 답해 수요는 있지만 가격 저항선이 인당 연 180만 원 부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인사팀 검토에서 전임강사 5명이 필요한데 사내 인력은 2명뿐이고, 경력 강사 채용 단가는 월 650만 원에 채용 리드타임이 4개월이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 재무팀장이 3개년 현금흐름을 돌려 회수기간 2.8년을 얻었지만, 민감도 분석에서 수료율이 70% 아래로 떨어지면 정산 삭감으로 NPV가 음수가 된다는 구간을 찾아냈습니다.
- 최종 보고서는 '타당함' 대신 '전임강사 5명 확보와 기수당 등록 18명 이상을 전제로 타당'이라는 조건부 결론으로 마무리됐고, 이 두 숫자가 그대로 투자심의 게이트의 판정 기준으로 등재됐습니다.
- 착수 시점에 강사가 4명뿐이어서 개강을 2개월 미뤘고, 그사이 사전 등록을 22명까지 채운 뒤 1기를 열어 수료율 82%로 정산 삭감 없이 마감했습니다. 조건 없이 밀어붙였다면 감수했을 첫 기수 적자 약 1억 2천만 원을 피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