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 · 비밀유지계약
Non-Disclosure Agreement
NDA이란?
- 비밀정보의 누설·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는 계약
- 정의·예외·목적 제한·기간·구제가 5대 조항
- NDA가 있어도 핵심 정보는 단계적 공개가 원칙
NDA에 서명한다고 정보가 저절로 안전해지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화의 해상도입니다. 그전까지 '대략 이 정도 수준입니다'로 뭉뚱그리던 성능 수치와 원가 항목, 고객사 레퍼런스를 문서로 넘길 수 있게 되고, 상대 담당자도 내부 결재를 올릴 근거를 확보합니다. 다른 하나는 나중에 다툴 때 쓸 증거의 출발점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영업비밀은 '비밀로 관리된' 정보여야 하는데, NDA 체결 사실 자체가 비밀관리성을 뒷받침하는 1차 자료로 쓰입니다.
문서 제목보다 구조를 봐야 합니다. 정보가 한쪽에서만 흐르면 편면, 공동 개발처럼 양쪽이 여는 경우는 쌍방, 컨소시엄이면 다자 구조가 됩니다. MOU나 LOI가 '협력하겠다'는 의사 표시에 그쳐 구속력이 약한 것과 달리, NDA는 서명하는 순간부터 온전한 구속력을 갖는 계약입니다. 존속 기간은 계약 종료 후 3~5년이 일반적이고, 공정 조건이나 배합비처럼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남는 정보는 기간 제한 없이 영업비밀로 존속시키는 조항을 따로 답니다. 의외로 자주 빠지는 것이 논의 종료 후 자료 반환·폐기 의무와 폐기확인서 제출 조항입니다.
판을 뒤집는 문구는 대개 두세 줄 안에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잔류정보 조항입니다. '임직원의 기억에 남은 정보는 본 계약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한 줄이 들어가면 상대 엔지니어가 보고 외운 내용은 사실상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됩니다. 둘째는 비밀정보의 정의를 '서면으로 대외비 표시된 것'으로만 좁힌 문구이고, 셋째는 계열사와 자문사에 제한 없이 공유해도 된다는 허용 조항입니다. 반대로 구두 설명은 15일 안에 요약본을 보내야 비밀정보로 편입된다는 조건을 넣어 두면 시연과 회의에서 새는 구멍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사고는 'NDA 썼으니 이제 다 열어도 된다'는 태도입니다. 분쟁이 붙으면 자료에 대외비 표시가 없었다는 이유로,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보냈는지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잦습니다. 위반 입증 책임은 정보를 준 쪽에 있습니다. 위약벌 금액을 크게 걸어 두면 안심이라는 생각도 위험한데, 법원이 과다하다고 판단하면 감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계약서의 문구보다 공개 범위를 스스로 끊어 내는 규율이 실제 방어선입니다.
영미 계약 실무에서 영업비밀(trade secret) 보호 수단으로 발전한 계약 유형으로, 기술 기업 간 협력과 M&A 실사가 일상화되며 글로벌 표준 문서가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영업비밀 보호의 법적 토대를 제공합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산업용 머신비전 검사장비를 만드는 A사는 임직원 62명, 연매출 95억 원 규모입니다. 연매출 8,000억 원대 2차전지 부품사 B사가 3개월짜리 PoC를 제안했는데, 검사 알고리즘의 학습 데이터와 판정 로직까지 열어야 진행이 가능한 조건이었습니다. B사가 먼저 보내온 NDA 초안은 A사만 정보를 제공하는 편면 구조였습니다.
- A사 법무담당 이사가 초안을 열어 보고 '공동 개발 논의는 정보가 양방향으로 흐른다'며 쌍방 구조로 수정해 달라고 회신했고, B사도 사흘 만에 받아들였습니다.
- B사 구매팀장은 '임직원의 기억에 남은 정보는 제한받지 않는다'는 잔류정보 조항을 두고 '저희 표준 문구입니다'라고 했지만, 검사 알고리즘과 학습 데이터는 예외로 빼는 선에서 합의했습니다.
- 시연 중 구두로 설명한 내용은 15일 안에 요약 메일을 보내야 비밀정보로 인정되도록 조항을 넣었고, 3개월 동안 실제로 여섯 차례 요약 메일이 오갔습니다.
- A사 영업본부장은 제공 자료 47건 전부에 수신자 이름이 박힌 대외비 워터마크를 넣게 했고, 반출 대장에 발송일과 수령자를 한 건씩 남겼습니다.
- 소스코드와 학습 데이터 원본은 PoC 범위에서 아예 빼고, 1단계로는 성능 지표와 샘플 이미지 200장까지만 열었습니다.
- 이듬해 B사 내부 과제 문서에 A사 자료의 표현이 그대로 등장했을 때 워터마크와 반출 대장이 증거가 되어 2주 만에 폐기확인서를 받아 냈고, 연 14억 원 규모 본계약은 흔들림 없이 유지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