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 · 서비스 수준 협약
Service Level Agreement
SLA이란?
- 서비스 품질을 수치로 보장하는 계약 조항
- 99.9%=월 43분, 9 하나에 비용이 크게 뜀
- 숫자보다 측정 방식·예외·보상 절차가 실질
SLA가 계약서에 들어오면 장애를 둘러싼 대화의 성격 자체가 바뀝니다. '이번엔 불가항력이었다'는 해명과 '그래도 우리가 손해를 봤다'는 항의가 오가던 자리에, 지난달 누적 중단 몇 분, 기준선 대비 몇 분 초과, 크레딧 몇 퍼센트라는 정산 대화가 들어섭니다. 감정의 문제를 계산의 문제로 바꾸는 장치이기 때문에 공급사 영업 담당자는 사과 대신 장애 리포트와 숫자를 들고 고객을 만나게 되고, 구매 담당자는 사내 감사와 경영진 앞에서 '우리는 이만큼 보호받고 있다'를 근거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계약서에 적히지 않은 품질은 서비스가 아니라 호의이고, 호의는 장애가 길어질수록 가장 먼저 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세 층을 구분해야 합니다. SLI는 측정 대상(가동률, P1 장애 1차 응답 시간), SLO는 내부가 지키려는 목표, SLA는 어긋나면 돈이 움직이는 계약입니다. 성숙한 공급사일수록 SLO를 SLA보다 한 단계 빡빡하게 잡아 두고 그 여유분으로 크레딧 지급을 막습니다. 조건도 잘게 나뉩니다. 장애 등급(P1~P4)별로 1차 응답 시간과 최종 복구 시간을 따로 쓰고, 가동률은 월 합산인지 5분 단위 샘플 누적인지에 따라 같은 숫자도 결과가 달라지며, 크레딧은 월 이용료의 10~30%를 상한으로 두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공급사가 인프라를 재하청 주고 있다면 그 하도급 계약에 동일 수준이 백투백으로 걸려 있는지가 이행 가능성을 가릅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크레딧을 징벌로 여기는 것입니다. 표준 계약 다수는 크레딧을 '유일한 구제 수단'으로 못 박아 두기 때문에, 8시간 멈춰 영업 손실이 수억 원이어도 돌려받는 것은 월 이용료의 일부뿐입니다. 여기에 '사유 발생 후 30일 내 서면 청구' 같은 신청주의 조항이 붙으면 청구 시효를 놓치는 일이 잦습니다. 가동률 정의가 '전면 중단'만 포함하는 경우도 위험합니다. 조회가 10초씩 걸려 현업이 사실상 마비돼도 집계상 가동률은 100%로 찍힙니다. 반대로 공급사 쪽 위험도 큽니다. 영업이 수주 욕심에 99.99%를 약속해 놓고 야간 대기 인력이 없는 운영 구조라면, 첫 분기부터 크레딧이 마진을 갉아먹습니다.
1980년대 통신 사업자들이 기업 회선 서비스의 품질 보장을 계약에 명문화하며 시작됐고, IT 아웃소싱과 ITIL(IT 서비스 관리 표준)의 확산을 거쳐 클라우드·SaaS 시대의 표준 계약 요소가 됐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전자부품을 만드는 A사는 임직원 1,200명, 연매출 약 3,200억 원 규모입니다. 3년 전 도입한 생산관리 SaaS의 재계약을 두 달 앞두고, 직전 1년간 장애가 4건 발생해 라인이 총 11시간 멈춘 일이 문제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벤더가 보낸 연간 리포트에는 '가동률 99.8%, SLA 위반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구매팀 김 부장이 장애 로그와 벤더 리포트를 대조해 보니, 야간 정기 점검 6시간이 통째로 측정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측정 제외 조항이 실제 보장 범위를 깎아먹고 있던 것입니다.
- IT운영팀 이 차장은 "라인이 1시간 서면 자재 폐기만 4,000만 원"이라며, 등급을 쪼개 P1 장애는 15분 내 1차 응답·4시간 내 복구로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 벤더 영업이사는 99.95%는 단가가 안 나온다고 버텼고, 목표치는 99.9%로 두되 측정 단위를 월 합산에서 5분 샘플 누적으로 변경하고 정기 점검 제외 시간을 월 2시간으로 제한하는 선에서 합의했습니다.
- 법무팀 검토에서 '크레딧이 유일한 구제 수단'이라는 문구를 잡아내, 연속 2개월 또는 연 3회 미달 시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는 조항과 크레딧 자동 반영 조건을 추가로 넣었습니다.
- 재계약 6개월 뒤 실제 중단 시간은 11시간에서 2시간 40분으로, P1 평균 1차 응답은 52분에서 12분으로 줄었고, 미달이 난 2개월분 크레딧 1,900만 원은 청구 절차 없이 청구서에서 자동 차감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