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소프 매트릭스
Ansoff Matrix
앤소프 매트릭스란?
- 제품×시장 2×2로 성장 경로를 네 가지로 구분
- 침투 → 시장개발 → 제품개발 → 다각화 순으로 위험 증가
- 성장 여력은 대개 아직 첫 두 칸에 남아 있음
앤소프 매트릭스를 테이블에 올리면 회의에서 쓰는 말이 바뀝니다. 그 전까지 성장안은 '해볼 만한 것'과 '무리한 것'으로만 갈렸지만, 네 칸에 붙이는 순간 모든 안건이 제품을 새로 배워야 하는가, 고객을 새로 배워야 하는가라는 동일한 질문 아래 정렬됩니다. 영업본부가 올린 거래처 확대안과 연구소가 올린 신소재 개발안이 처음으로 같은 잣대에서 비교되고, 참석자들은 이 일을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 채로 시작하는가부터 따지게 됩니다.
네 칸은 선택지 목록이 아니라 난이도 등급표에 가깝습니다. 침투와 시장 개발은 이미 가진 영업망과 설비를 재사용하니 회수 기간이 짧지만, 다각화는 원가 구조와 구매 의사결정자를 동시에 새로 익혀야 해서 흑자 전환 시점이 몇 배로 밀립니다. 앤소프도 다각화를 막지는 않았고 대신 기존 사업과의 '공통 실(common thread)'을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기술·유통망·브랜드 중 하나라도 공유하면 관련 다각화, 아무것도 없으면 비관련 다각화이며 후자는 사실상 신규 법인 창업으로 봐야 합니다. 맥킨지의 3 호라이즌이 시간 축으로 사업을 나눈다면, 앤소프는 학습해야 할 대상으로 나눕니다.
워크숍에서 잘 굴러가는 방식은 칸마다 세 줄을 강제로 적게 하는 것입니다. 3년 뒤 이 칸에서 만들 매출액, 그때까지 새로 확보해야 할 역량, 첫 흑자 시점입니다. 세 줄을 채우다 보면 다각화 칸의 흑자 시점만 비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그제야 '언제 돈이 되는지 아무도 계산 안 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마지막에는 네 칸의 배분 합계가 목표 매출과 일치하는지를 맞춰봐야 숫자가 선언이 아닌 계획이 됩니다.
가장 흔한 사고는 칸 배정을 안건 제안자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기존 고객사의 다른 사업부나 같은 산업의 해외 법인을 두고 '거긴 기존 시장'이라고 우기면 다각화 안건이 시장 침투로 둔갑하고 위험 검토가 통째로 생략됩니다. 시장의 경계는 구매 의사결정자가 바뀌는지로 갈라야 합니다. 반대 오해도 있습니다. 침투 칸이 안전하다는 믿음인데, 성숙 시장에서 점유율을 빼앗는 일은 대개 단가 인하로 끝나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줄어듭니다. 안전한 칸이 아니라 아는 위험이 있는 칸일 뿐입니다.
'전략 경영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고르 앤소프(H. Igor Ansoff)가 195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논문 「Strategies for Diversification」에서 제시하고, 1965년 저서 『Corporate Strategy』에서 체계화했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산업용 밸브를 만드는 A사는 임직원 180명, 연매출 420억 규모입니다. 매출의 72%가 조선·플랜트 3개 고객사에서 나오는데 발주가 2년째 줄었고, 대표가 '수소로 가자'는 말을 꺼내면서 전략기획팀이 6주짜리 성장 경로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 첫 회의에서 전략기획팀장이 사업부에서 올라온 안건 14건을 네 칸에 붙이자 9건이 다각화 칸에 몰렸고, 영업본부장은 '우리가 모르는 걸 아홉 개나 동시에 하자는 거냐'고 되물었습니다.
- 침투 칸부터 팠습니다. 3개 고객사의 구매 품목표를 받아보니 A사가 공급하지 않는 소형 밸브가 연 60억 규모였고, 그중 절반은 기존 주조 라인으로 대응 가능한 사양이었습니다.
- 시장 개발 칸에 올라온 반도체 설비사 납품안은 연구소장이 '청정도 인증에 14개월, 9억이 든다'고 못 박으면서 1년차가 아닌 2년차 과제로 내려갔습니다.
- 다각화 칸의 수소 밸브 안건은 공통 실을 적게 하자 고압 실링 기술과 기존 주조 협력사가 그대로 쓰인다는 점이 확인돼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연결고리가 없던 8건은 폐기했습니다.
- 3년 뒤 목표 매출 600억을 침투 55%·시장 개발 25%·제품 개발 15%·다각화 5%로 배분했고, 12개월 뒤 소형 밸브 신규 수주 31억이 붙으면서 3개사 매출 의존도가 72%에서 64%로 내려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