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Serious Accidents Punishment Act
중대재해처벌법이란?
- 중대재해 시 경영책임자를 직접 형사처벌
- 2024년부터 5인 이상 전 사업장 적용
- 안전보건관리체계와 실행 기록이 방어선
이 법이 실제로 바꾼 것은 처벌 수위가 아니라, 사고가 난 뒤 수사기관이 들여다보는 자료의 종류입니다. 과거에는 현장의 관리감독자와 안전관리자가 먼저 조사 대상이 됐지만, 이제는 대표이사 책상에서 무엇이 결재됐는지부터 열립니다. 안전보건 예산 품의서, 경영회의록, 위험성평가 보고 라인이 증거로 제출되고, '담당 임원에게 맡겼다'는 해명은 그 임원에게 실질적인 예산권과 인사권이 없었다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2024년 1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대표가 곧 경영책임자인 중소기업일수록 부담은 더 직접적입니다. 사고 전에 남긴 기록이 사고 후의 방어선이 되는 구조입니다.
적용 요건은 숫자로 정해져 있습니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 유해요인으로 1년 내 직업성 질병자 3명 이상 중 하나에 해당할 때 성립합니다. 사망 사고라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 원 이하 벌금이고 손해액 5배 이내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별도로 따라붙습니다. 원료·제조물과 공중이용시설 사고를 다루는 중대시민재해 규정도 함께 있어 유통·서비스 기업도 사정권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구체적인 안전조치 위반을 처벌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조치가 나오게 만드는 체계의 부재를 처벌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은 '문서를 갖췄다'와 '체계가 돌아간다'를 같은 말로 여기는 것입니다. 컨설팅으로 매뉴얼 300페이지를 만들어 캐비닛에 꽂아두고 위험성평가 서명란을 한 사람 필체로 몰아서 채워두면, 수사 과정에서 그대로 체계 미이행의 증거로 뒤집힙니다. 안전보건 담당 임원(CSO)을 선임하면 대표가 면책된다는 오해도 흔한데, 예산 전결권과 조직 인사권이 없는 자리라면 경영책임자는 여전히 대표이사로 판단됩니다. 사무직 중심 기업이 '우리는 해당 없다'고 넘기는 것도 위험합니다. 청소·경비 용역, 사옥 설비 공사, 단체 행사와 출장까지 모두 점검 범위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태안화력 사고, 물류창고 화재 등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위험의 외주화' 논쟁 속에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 시행됐습니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Corporate Manslaughter Act)이 입법 과정에서 주요 참고 모델로 논의됐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매출 1,800억 원, 임직원 420명 규모의 식품 제조기업 A사는 3개 공장에서 협력업체 상시 인력 80여 명과 함께 일합니다. 2024년 확대 시행 이후에도 안전보건 담당은 2명뿐이었고, 전년에 컨베이어 끼임으로 3개월 진단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대표이사는 '서류는 컨설팅 업체가 만들어 줬으니 됐다'고 여기던 상황이었습니다.
- 김○○ 대표이사가 2월 경영회의에서 '사고 나면 결국 내가 법정에 선다'며 안전보건 예산을 전년 4,800만 원에서 3억 2,000만 원으로 올리고 집행 품의서에 직접 결재했습니다.
- 안전보건팀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려 대표 직속으로 붙이고, 위험성평가 양식을 바꿔 반장 대신 라인 작업자 12명이 직접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 구매팀장이 '안전 항목 넣으면 단가가 8% 오른다'고 반발하자 대표가 '그 8%가 10억 벌금보다 싸다'고 정리하고, 발언과 결정 근거를 회의록에 그대로 남겼습니다.
- 협력사 8곳 평가표에 안전 배점 30점을 신설해 하위 2개사에 '3개월 내 개선 없으면 재계약은 없다'고 통보하고, 공장장 주관 합동 점검을 월 1회로 고정했습니다.
- 1년 뒤 아차사고 신고가 월 3건에서 41건으로 늘고 끼임·전도 재해는 7건에서 1건으로 줄었으며, 노동청 감독에서도 지적사항 2건으로 마무리돼 경영진 정례 점검이 의무 이행 기록으로 축적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