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 다이어그램 · KJ법
Affinity Diagram / KJ Method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이란?
- 카드로 적고 비슷한 것끼리 묶기
- 기준을 미리 정하지 않고 침묵으로 분류
- 헤더에 발견을 담아야 성공
이 기법이 실제로 바꾸는 것은 회의의 순서입니다. 보통 회의는 누군가 먼저 틀을 던지고("결국 소통 문제 아닙니까") 나머지 의견이 그 틀 안으로 끌려들어 갑니다. 어피니티는 반대로 갑니다. 판단을 맨 뒤로 미루고 데이터가 스스로 뭉치게 둔 다음, 뭉쳐진 모양을 보고 이름을 붙입니다. 결론을 나중에 내리는 순서로 바꿨을 뿐인데 회의록에 한 번도 적히지 않았던 쟁점이 표면으로 올라옵니다.
성격상 이것은 상향식 도구입니다. 로직트리나 특성요인도가 큰 틀을 먼저 세우고 아래로 쪼개 내려간다면, 어피니티는 낱장에서 출발해 위로 올라갑니다.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순서 관계여서, 문제 정의가 흐릿할 때 어피니티로 쟁점을 건져 올리고 그다음 로직트리로 원인을 쪼개는 조합이 안정적입니다. 정의가 이미 또렷하다면 굳이 카드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돌아가는 조건도 꽤 까다롭습니다. 카드는 30~100장 사이가 다루기 좋고, 10장 남짓이면 그냥 토론이 빠르며 200장을 넘기면 1차로 묶은 뒤 헤더끼리 다시 묶는 2단계로 가야 합니다. 참가자는 4~7명, 최종 묶음은 5~9개가 눈에 들어오는 범위입니다. 카드에는 해법이 아니라 사실과 실제 발언만 적습니다. '소통 강화 필요'라고 적는 순간 그 카드는 데이터가 아니라 이미 내려진 결론이 되어 버립니다.
현장에서 가장 흔한 어긋남은 포스트잇을 붙였으니 어피니티를 했다고 믿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영업·생산·관리처럼 평소 알던 조직도대로 묶는 경우가 태반이고, 헤더에 '처우' '제도' 같은 두 글자 명사가 달리면 결과는 원래 하려던 말로 되돌아옵니다. 벽에 붙인 결과물을 사진만 찍고 해산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헤더 문장 목록과 화살표 관계도를 그날 안에 문서로 옮겨 다음 회의 안건으로 걸지 않으면, 반나절 워크숍은 기분 좋은 이벤트로 끝납니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가와키타 지로(川喜田二郎)가 현장 데이터 정리법으로 고안해 그의 이니셜을 따 KJ법으로 불리며, 품질관리 신7가지 도구 중 하나로 채택되었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A사는 임직원 320명에 생산직 이직률이 3년째 20%대입니다. 인사팀에 퇴직 면담 기록 140건이 쌓여 있었지만 보고서에는 늘 '급여 불만'이라는 한 줄로 요약됐고, 그 보고는 임원회의에서 세 번 반려됐습니다. 결국 실무자 6명이 모이는 4시간짜리 워크숍을 잡았습니다.
- 인사팀 김 과장이 면담 기록을 훑어 퇴직자가 실제로 한 말만 카드 142장으로 옮겼습니다. '급여가 적다' 같은 요약은 빼고 "교대 근무표가 매주 바뀐다"처럼 원문 그대로 적었습니다.
- 생산·인사·안전 담당 6명이 40분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카드를 모았습니다. 중간에 박 반장이 설명하려 하자 진행자가 "지금은 손만 쓰시죠"라며 끊었습니다.
- 헤더를 붙일 때 누군가 '처우'라고 쓰자 진행자가 "그래서 뭘 발견한 겁니까"라고 되물었고, "들어와 보니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로 고쳐 달았습니다. 이런 문장형 헤더가 7개 나왔습니다.
- 자리가 갈린 카드 11장만 따로 놓고 15분간 논의했습니다. 최 차장이 "이건 급여가 아니라 교대조 문제"라고 해 4장을 옮기고, 애매한 3장은 두 묶음에 중복으로 걸어 뒀습니다.
- 묶음 사이에 화살표를 그리자 '숙련공 이탈 → 현장 교육 공백 → 신입 3개월 내 퇴사'라는 고리가 드러났고, 임원 보고 제목이 급여 인상안에서 사수 제도 재설계로 바뀌었습니다.
- 6개월 뒤 입사 3개월 내 퇴사율이 34%에서 19%로 내려갔습니다. 퇴직 면담 양식도 카드 형태로 바꿔 분기마다 같은 방식으로 돌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