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 레트로스펙티브
Retrospective
회고란?
- 잘된 것·아쉬운 것·바꿀 것을 팀이 함께 점검
- KPT·4Ls 등 구조화된 틀로 진행
- 실행 항목 1~3개와 다음 회고 점검이 생명
회고를 정례화하면 팀에서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문제의 소유자입니다. 평소 회의에서 '이번 건 담당이 누구였죠'로 출발하던 대화가, 회고에서는 '왜 그 단계에서 아무도 이상하다고 말하지 못했을까'로 옮겨갑니다. 문제를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팀이 만든 구조의 결함으로 다루는 순간, 숨겨두던 정보가 테이블 위로 올라옵니다. 그래서 회고를 오래 돌린 팀은 사고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사고가 작을 때 드러나는 쪽으로 체질이 바뀝니다.
운영 조건은 의외로 까다롭습니다. 스프린트 회고라면 2주 주기에 60~90분, 참석 인원은 5~9명이 현실적인 한계선입니다. 열 명이 넘어가면 끝까지 한마디도 못 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때부터 회고는 목소리 큰 두세 명의 자리로 굳습니다. 시간은 분위기 열기 10분, 사실 모으기 20분, 원인 파고들기 25분, 실행 항목 확정 20분 정도로 나누는 것이 무난합니다. 원인 토론에 시간을 다 쓰고 실행 항목을 마지막 5분에 몰아치는 것이 가장 흔한 붕괴 지점이며, 들고 나가는 액션은 세 개를 넘기지 않는 편이 이행률에 유리합니다.
회고는 결과 보고회나 장애 원인 분석과 경계가 다릅니다. 보고회는 청중이 윗선에 있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이고, 장애 회고는 특정 사건 하나의 재발 방지를 캡니다. 반면 스프린트·프로젝트 회고는 청중이 팀 자신이고, 다루는 대상은 사건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 성과가 좋았던 분기에 회고를 건너뛰는 팀은 이 도구를 사고 수습용으로만 쓰고 있는 셈입니다. 잘된 이유를 언어로 남기지 않으면 다음에 재현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회고가 죽는 경로는 대개 인사평가와 엮이는 순간입니다. 회고 기록이 팀장 손을 거쳐 평가 근거로 한 번만 인용돼도, 다음 회고부터는 '특이사항 없습니다'만 돌아옵니다. 리더가 먼저 말문을 여는 것도 위험합니다. 팀장이 '이번엔 일정 관리가 문제였죠'라고 운을 떼면 남은 시간은 그 문장의 각주를 다는 데 쓰입니다. 회고 주기를 지키는 것보다 실행 항목이 실제로 처리됐는지가 먼저이며, 점검 없이 횟수만 쌓이면 회고를 위한 회고로 남아 팀은 '또 그 시간'이라며 캘린더를 피하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프로젝트 사후 검토(post-mortem)에서 출발해, 2001년 애자일 선언 이후 스크럼의 스프린트 회고로 정례화됐습니다. 노먼 커스(Norm Kerth)가 저서 『Project Retrospectives』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는 회고의 기본 규범(Prime Directive)을 제시하며 방법론으로 정립됐습니다.
가상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임직원 210명 규모 생활가전 제조사 A사의 마케팅본부 사례입니다. 6주간 3억 원을 집행한 봄 신제품 론칭 캠페인이 목표 판매의 68%에서 멈췄고, 광고 소재 교체가 세 번 밀리면서 매체 집행일을 두 차례 변경했습니다. 본부장이 '원인 보고서 말고 팀이 직접 돌아보라'고 지시하면서 KPT 회고가 처음 열렸습니다.
- 캠페인 종료 사흘 뒤 90분을 잡았고, 마케팅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소재 승인을 제 책상에서 이틀 묶어둔 게 컸습니다'라고 말하자 그제야 실무자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팀원 8명이 7분 동안 Keep·Problem·Try를 이름 없이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고 62장이 모였습니다. 말로 시작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대행사 주간 보고서를 아무도 안 읽는다' 같은 문장이 섞여 있었습니다.
- 퍼실리테이터를 맡은 브랜드파트 매니저가 '디자인팀이 늦었다'를 '소재 확정 전에 매체 집행일이 먼저 잡혔다'로 고쳐 붙이자, 책임 공방이 일정 설계 문제로 옮겨갔습니다.
- 1인 3표 도트 투표로 Try를 두 개만 남겼습니다. '소재 D-10 확정 잠금'과 '매체·디자인 주 15분 싱크'에 각각 담당자 이름과 다음 점검일을 적어 팀 위키 첫 줄에 올렸습니다.
- 다음 분기 캠페인에서 소재 교체 지연은 3회에서 0회로, 매체 변경 수수료 420만 원은 아예 발생하지 않았고 준비 기간도 6주에서 5주로 줄었습니다. 3회차 회고부터 실행 항목 이행률은 80%를 넘겼습니다.